"탈레반 여성은 노예"…美국무부 인권탄압 폭로

  • 입력 2001년 11월 20일 01시 05분


미국 국무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여성인권 탄압 사례를 폭로한 가운데 유엔은 새로 들어설 아프간 차기 정부에 여성을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탈레반의 여성 탄압〓‘탈레반이 집권하기 전 카불에는 교사의 70%, 공무원의 50%, 의사의 40%가 여성이었다.’ 미국 국무부는 17일 ‘탈레반의 여성과 전쟁보고서’에서 탈레반 정권 이전에는 여성이 법의 보호를 받았고 민주화가 진행중이었다며 여성의 교육 및 근로 금지 등 탈레반 정권의 여성 인권 탄압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보고서는 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집권한 탈레반 정권이 모든 분야에서 여성을 조직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8세 이상 여아의 교육을 전면 금지했고 여자대학을 모두 폐교시켰으며 여성 취업도 금지했다. 또 여성들의 의료기관 이용도 제한했으며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고 여성들의 이동의 자유도 제한했다.

특히 탈레반은 여성에 대해 강간과 납치, 강제 결혼 등 온갖 폭력 행위를 일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오랜 내전에서 남편과 친척을 잃은 5만여명의 아프간여성들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처지로 전락했으며 여성에 대한 의료혜택 제한으로 아프간 여성의 출산 중 사망률은 16%로 높아졌다. 신생아의 1년 이내 사망자도 1000명당 16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유엔 "아프간 새 정부에 여성 포함을"

▽유엔의 촉구〓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19일 인도 대통령궁에서 K R 나라야난 대통령으로부터 인권신장 공로로 ‘인디라 간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아프간 차기 정부에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발언이 수용될 경우 여성에 대한 고용기회 박탈 등 극심한 차별 대우와 침해가 만연했던 아프간의 여권이 혁명적으로 신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빈슨 고등판무관은 “아프간의 장래 문제와 관련해 여성이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강력한 정부 출범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들도 차별 없는 효율적 방식으로 모든 사람의 인권을 신장하고 보호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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