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카불점령 외교파장]美-파키스탄 "이게 아닌데…"

  • 입력 2001년 11월 13일 23시 53분


아프가니스탄의 북부동맹이 예상을 깨고 카불에 입성하면서 파키스탄 등 주변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해온 파키스탄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외교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파키스탄 등 주변국의 힘을 빌려 ‘포스트 탈레반’ 새 정부를 구성하려는 미국에도 외교적 난제를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과연 북부동맹을 제어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적 파장〓파키스탄 정부는 북부동맹의 카불 입성이 알려진 뒤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대하고 심각한 상황 전개”라고 밝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소집과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촉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북부동맹의 카불 입성에 강력히 반대하고 미측에 동조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파키스탄은 북부동맹이 타지크와 우즈베크, 하자라족으로 구성돼 러시아와 이란 인도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파키스탄은 아프간 내 다수 종족인 파슈툰족이 자국 내에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이 같은 입장을 배려했다. 부시는 10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만나 “북부동맹 측에 카불에 입성하지 말고 남쪽으로 진격하도록 고무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미국의 고민〓미국 고위 관리들은 북부동맹이 ‘카불에 입성하지 말라’는 경고를 어기고 카불에 입성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전개돼 외교적 파장을 숙고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런 탓인지 미 국무부는 일절 논평을 내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과 국방부도 짧은 논평만 내는 등 신중하게 행동했다.

미국의 이 같은 신중한 움직임은 파키스탄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계산된 제스처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아프간에 북부동맹이 주축이 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파키스탄이 비우호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 이후 새 정권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등 주변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미국은 파키스탄을 달래는 차원에서 이슬람 국가 병력으로 구성된 다국적군 파견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3일 아프간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유엔 통제 아래 터키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의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 중임을 시사했다. 이들이 참여할 경우 파키스탄이 우려하는 북부동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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