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각료회의 9일 '뉴라운드' 협상…세계경제 부활 신호탄 기대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9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개막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과연 뉴라운드가 출범할 것인지 여부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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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뉴라운드 협상 개막

21세기 다자간(多者間) 교역의 규범이 될 뉴라운드가 출범해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회원국이 공감한다. 더구나 미국 테러와 후속 보안조치로 인해 항공과 항만 검색이 까다로워지고 세계 교역이 위축되고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다. 가뜩이나 경기 전망이 어두운데 1930년대처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각료회의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은 “뉴라운드 출범에 합의하더라도 그것은 긴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도 “뉴라운드 협상 시작만으로도 세계 경제에는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각료회의에서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 물결과 다자무역체제가 개발도상국에는 혜택을 주지 못했다는 불만으로 뉴라운드 출범이 좌절됐다. 이를 교훈삼아 뉴라운드 출범에 관한 이번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는 반덤핑 협정 개정이나 협정 이행문제 등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를 많이 반영했다. 요소요소마다 최빈국(最貧國)에 대한 지원 조항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강경 개발도상국들이 아직도 다자체제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각 의제에 대한 주요국들의 견해가 달라 논의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료회의 선언문 2차 초안을 중심으로 뉴라운드의 주요 과제들에 대해 살펴본다.

▽상품 교역에서 자본이동까지〓94년 만료된 우루과이라운드(UR)가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데 비해 뉴라운드에는 자본이동에 관한 ‘투자’ 조항이들어갈예정이다. 각국의 경쟁 관련 규범이 다른 나라의 산업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경쟁정책’ 부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도국들의 반대를 감안해 일정 기간 협상 요소를 검토한 뒤 본격 협상은 나중에 시작 하는 2단계 접근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환경문제 역시 유럽연합이 의제에 포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개도국과 미국은 반대하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생산한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규제하자는 유럽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농산품 수입까지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기존 협정의 업그레이드〓개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의 반덤핑 협정이 불명확해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의 무기로 남용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반덤핑 협정을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개정하는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미국은 협상 여부를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자면서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별도 논의를 진행해온 농산물 분야에서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의 관세 및 정부 보조금을 줄이는 속도와 관련해 수출국들은 전면적이고 실질적으로, 수입국들은 점진적으로 하자며 대립하고 있다.

금융 통신 관광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는 이후 협상과정은 어렵겠지만 이번 각료회의에서 의제 채택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 지원을 위한 협정 이행문제〓개도국들은 지금까지의 다자체제가 선진국에만 유리하게 진행되었다면서 이런 불균형을 시정해야 뉴라운드 출범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협정 내용을 국가 정책이나 조치에 반영함으로써 개도국 상품에 대해 좀더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의 결과가 개도국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개도국에 유리한 조항들을 유지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무려 99개의 요구사항이 이번 회의에 올라와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신연수기자·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ysshin@donga.com

▼뉴라운드란?

새로운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상을 뜻한다. ‘라운드’란 2자간 협상과 달리 여러 이해 당사자가 둘러앉아 협상을 벌인다는 의미로 보통 협상이 시작된 도시나 국가명을 붙여 부른다.

1947년 제네바라운드를 시작으로 한국에 쌀시장 개방이라는 변화를 몰고온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까지 다자간 무역협상은 8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9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인 뉴라운드는 UR 이후 남아 있는 무역장벽을 제거하자는 취지로 98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WTO 각료회의에서 처음 거론됐다.

그러나 뉴라운드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던 99년 12월 미국 시애틀 제3차 WTO 각료회의는 주요국들이 협상의제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보여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올해 들어 다시 출범논의가 급물살을 탔으며 도하에서 열리는 4차 각료회의에서 출범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뉴라운드 협상방식은 여러 의제에 대한 협의를 동시에 진행해 동시에 마무리하며 참가국 전원이 협상 결과를 수용하는 ‘일괄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이 될 전망이다. 7년이나 걸렸던 UR보다 협상기간은 상당히 짧아질 전망. 급변하는 무역환경을 따라잡기 위한 새로운 무역질서의 수립이 시급한데다 미국이 3년짜리 단기협상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하에서 열리는 4차 각료회의는 뉴라운드에서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 각각의 의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빨리 무역자유화 수준을 높일 것인지를 논의하게 된다. 회원국들이 합의를 이루면 합의 내용을 ‘각료회의 선언문’에 담아 발표함으로써 뉴라운드가 본격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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