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편물 하루15만통 국내배달 '탄저균 테러' 무방비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24분



인체에 치명적인 탄저균이 담긴 국제우편물이 국내에 배달될 경우 이를 감지해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15일 미국에서 탄저균 우편테러가 확산됨에 따라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서는 한편 세관 및 검역당국과 함께 국제우편물을 통한 위해물질 반입 차단에 나섰다.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우편물에 대한 검역 및 세관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 우정사업본부 서울국제우체국.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5만통, 연간 4400만통 이상의 국제우편물을 체크해 수신인에게 배달한다.

하지만 식물에 대한 검역과 세관물품에 대한 검사가 이뤄질 뿐 탄저균에 감염된 우편물에 대한 감지는 불가능하다. 동물검역을 담당하는 수의과학검역원 서울지소는 2, 3일에 한번씩 서울국제우체국에 들러 녹용 등을 검역할 뿐이다.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 테러에 대비하는 인력은 전무한 셈이다.

국립식물검역소 중부지소 서울국제우체국 출장소 조정구 소장은 “혼합한 약재 향신료 등 식물에 대한 검역을 담당할 뿐 서신 엽서 인쇄물 등 통상우편물에 대한 검사는 검역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출장소 한 관계자는 “검역대상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탄저균 등 생화학 테러무기 등을 가려낼 수 있는 시설이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세관 국제우체국 출장소 이찬기 소장은 “첨단 컬러 X선투시경으로 무기류와 마약류 및 고가 사치품을 골라내는 일을 하고 있지만 관세법상 서신 엽서 인쇄물 등 통상우편물은 세관 검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선 탄저균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마약견의 후각을 피해갈 수 있는 탄저균을 진단하는 키트(kit)가 미국 등에서 이미 개발됐으며 대당 300만원 정도 하는 효소연쇄중합반응(PCR)기계를 이용하면 한 명의 인력으로 하루 200건 가량을 검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이 탄저균 등 생물학 또는 생화학테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국제우체국 관계자는 “PCR기계를 구입해도 하루 15만통이나 되는 국제우편물을 전량 검역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탄저균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우편물을 방역당국에 신고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대 의대 비브리오패혈증연구소 최현일 교수는 “미국 환경미생물학회지최근호에 따르면 호흡기 탄저병은 치사율이 100%일 뿐만 아니라 탄저균포자(胞子)는 4000만년이나 살 수 있어 일단 탄저균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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