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장서 제2신]북부동맹 "진격할날만 기다린다"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19분


김기현특파원
김기현특파원
《당장이라도 미국의 미사일과 폭탄이 날아들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30㎞ 지점까지 접근하는 ‘모험’을 했다.

28일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과 내전을 계속중인 북부동맹군이 포진한 판지시르 계곡을 떠나 2시간 반 동안 남하해 최전선의 한 곳인 자바루사라지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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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동맹 사람은 50㎞만 더 가면 카불이 나온다고 말했다. 북부동맹 병사의 안내를 받으며 좁은 오솔길을 통해 산악지대로 좀더 올라가자 동굴 비슷한 전초기지가 나타났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날카로운 총성이 험준한 골짜기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근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마우로노 장군(36)은 “이틀 전에도 큰 전투가 있었다. 아흐메드 샤 마수드 사령관이 암살됐지만 병사들의 사기는 여전히 높다”며 “미군이 탈레반 공격을 시작하면 우리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곡 곳곳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박격포와 자동화기가 설치된 참호들이라고 설명했다.

카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그람까지 장악한 북부동맹군은 한때 카불 북쪽 3㎞ 지점까지 전진해 탈레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마우로노 장군은 “바그람 공항 인근 지역에는 북부동맹군 2000여명이 진출해 있다”고 주장했다. 구 소련군이 건설한 바그람 공항은 아프가니스탄 유일의 전천후 비행장이다.

북부동맹 병사들은 대부분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모두 수염을 기르고 전통의상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한 병사는 “이 골짜기에만 동굴기지와 참호가 20여개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안내로 동굴기지에 들어가니 여러 개의 방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간단한 취사 도구와 이불, 라디오 등이 널려 있었고 벽에는 탄약과 소총이 걸려 있었다.

기자는 앞서 25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의 임시 수도인 파이자바드를 출발, 힘든 여행 끝에 판지시르 계곡에 도착했다. 북부동맹이 제공한 지프가 거의 폐차 직전의 낡은 것이기도 했지만 워낙 길이 험해 시속 20㎞를 넘지 못했다.

해가 지면 가까운 북부동맹 진지에 들어가 새우잠을 잤다. 곳곳에서 북부동맹 병사들이 삼엄한 검문을 하고 있었고 포탄으로 파인 큰 구멍들이 수없이 보였다.

출발 사흘만인 28일 오전 드디어 눈앞에 거대한 판지시르 계곡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상공에는 탈레반의 접근을 경계하는 헬리콥터들이 굉음을 내며 날고 있었다.

판지시르 계곡은 북부동맹 지도자였던 마수드의 출신지. 마수드 사령관은 구 소련과의 전쟁중 이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계곡의 길이가 120㎞를 넘고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다.

판지시르까지 우리를 안내한 북부동맹 외무부 직원은 “수도를 향해 대공세를 할 때는 정규군 외에 민병대들까지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에서 빠져나온 피란민들의 상당수도 이곳을 거쳐 파이자바드쪽으로 간다. 판지시르에서 만난 난민 무자르(24)는 “더 이상 탈레반 체제하에서 살 수가 없었다”며 “폭탄과 총격보다 탈레반의 탄압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탈레반 경찰들은 새벽부터 집집을 돌아다니며 청년들을 강제 차출해 전선으로 보내고 있으며 특히 소수민족인 타지키스탄인들이 집중 타깃이라는 것.

무자르는 “탈레반 경찰 중엔 주민을 납치한 뒤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폭도와 다름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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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루사라지〓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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