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직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군의 전력을 강화하고 현대화하기 위해선 업무가 중복되는 직제를 통폐합해 인원을 감축하고 일부 업무를 민간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적은 더 이상 구 소련이나 쇠퇴해가는 독재국가가 아니라고 운을 뗀 뒤 “적은 우리 곁에 훨씬 더 가까이 있으며 그것은 바로 국방부의 관료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로 이 국방부 건물 안에서 중복된 업무와 비대한 관료주의 때문에 돈이 사라지고 있다”고 질책하고 “우리는 실제 필요한 것보다 20∼25%나 많은 군사기지 하부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낭비되는 예산은 연 30억달러 규모”라고 말했다.
미국의 육해공군은 각각 별도의 자문관실을 운영하면서 상호 공조를 위해 또 다른 자문관실을 두고 있고 공보관실과 대(對) 의회 연락관도 각 군별로 운영되는 등 기능이 중첩된 직제가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무기개발의 경우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신무기가 실전배치될 단계에 이르면 이미 해당 기술은 최소한 한 세대 이전의 낡은 것이 되고 만다”고 개탄하고 급여관리나 청소 등의 업무도 민간에 넘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불필요한 국방예산의 5%만 절감해도 150억∼180억달러를 전투력 증강에 사용할 수 있다”며 2003년까지 국방부와 각 사령부 해외기지 등의 인력을 15%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어떻게 국방부 직원들을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느냐고 묻겠지만 나는 국방부를 구하고 해방시키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만일 이에 관해 투쟁이 있으면 투쟁을 벌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군 현대화를 위한 개혁작업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그동안 민간의 군사전문가 등을 동원해 군 병력과 기지를 감축하는 대신 신무기 개발과 기동성 향상 등에 초점을 둔 군 개혁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이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소외된 군 수뇌부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에 소속된 인원은 현역 140만명과 국가방위대 및 예비역 100만명, 민간인 65만9000명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