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78주년 화제의 행사들]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09분


1일은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78주년이 되는 날. 일본 정부는 이날을 ‘방재의 날’로 정해 전국에서 대규모 방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이날 헬기를 타고 도쿄(東京) 시내의 훈련상황을 시찰했다.

그러나 이날은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로 6000여명(추정)의 재일동포가 일본 군인과 경찰, 자경단에 의해 학살당한 잊지 못할 날이기도 하다. 이날 도쿄에서는 관동대지진과 관련한 3건의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감사의 碑▼

정종석씨(가운데)가 사나다 후지히코(위)에게
'감사의 비'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을 위한 감사의 비 건립〓오전 10시 반 재일동포 정종석(鄭宗碩·58)씨는 스미다(墨田)구 호센지(法泉寺) 경내에 있는 사나다 지아키(眞田千秋)의 묘지 앞에 ‘감사의 비’를 세우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씨는 관동대지진 때 사나다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숨겨주는 바람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2년 전 수소문 끝에 사나다씨의 손자 후지히코(富士彦·58)씨를 찾아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앞으로 한일 두 민족이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9·1 집회▼

조선인 학살을 고발하기 위한 9·1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9·1집회〓오후 6시 지요다(千代田)구 재일본한국YMCA에서는 제27회 9·1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재일동포의 권리 신장을 위해 평생을 바친 최창화(崔昌華) 목사가 시작한 것. 6년 전 최 목사가 타계한 뒤에는 딸인 선애(善愛·41) 선혜(善惠·36)씨가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계속하고 있다. 관동대지진 연구 전문가인 금병동(琴秉洞)씨는 강연을 통해 “조선인 학살은 일본이 저지른 국가범죄이자 민족범죄”라며 “일본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인 추도식▼

▽조선인 피해자 추도식〓오후 3시 스미다구의 아라카와(荒川) 하천부지에서는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시민단체가 주도한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올해로 20회째. 이곳은 조선인들이 집단 학살당한 곳이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곳에 조선인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봉선화를 심어 놓고 관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금을 모아 이 곳에 추도비도 세울 계획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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