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부통령 하즈 선출…메가와티와 갈등 가능성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41분


인도네시아의 신임 부통령에 제3당인 통일개발당(PPP)의 함자 하즈 총재(61)가 선출됐다.

하즈 총재는 26일 국민협의회(MPR) 경선에서 과거 수하르토 정권 시절 집권당이자 제2당인 골카르당 총재 악바르 탄중 후보와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효표의 과반수인 340표를 얻어 237표에 그친 탄중 후보를 눌렀다.

하즈 총재는 탄핵된 압두라만 와히드 전대통령이 이끌어온 최대의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 소속으로 MPR가 그를 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정국 안정을 위해 이슬람권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카르타의 대학생 2000여명은 25, 26일 3차례의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MPR 건물 밖에 모여 골카르당 해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즈 총재는 1999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슬람권의 반(反) 여성 대통령 분위기를 결집시켜 제1당 후보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신 와히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기여한 데다 부패 의혹마저 받고 있어 메가와티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여지도 있다.

한편 와히드 전대통령은 26일 미국으로 향하기에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가와티 대통령은 부패 의혹이 들끓는 주변 인물들 때문에 3개월 내에 권좌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탄핵 결정을 주도한 수하르토 추종 세력과 강경파 군부가 독재시절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면 강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메가와티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요 정당들이 탄핵 압력에 그렇게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말해 탄핵되기 전까지 반대 세력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날 와히드 전대통령이 자카르타를 떠나기에 앞서 그의 딸 자누바 하프소 와히드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아버지는 새로운 정치 기반을 마련한 다음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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