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탄핵 이르면 23일 결정…국민협의회 특별회의

  • 입력 2001년 7월 21일 00시 53분


부패 혐의로 사임 압력을 받아온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이르면 23일 내려진다.

국민협의회(MPR)는 다음달 1일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한 특별회의를 개최하려던 일정을 앞당겨 2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낮 12시) 회의를 열 것이라고 20일 밤 발표했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이날 밤 긴급 TV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와히드 대통령에게 23일 출석해 부패와 무능력, 위헌 등의 혐의에 관해 해명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MPR는 일단 대통령의 해명을 듣고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표결을 통해 탄핵을 결정하게 되어 있어 이르면 23일 탄핵이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와히드 대통령은 즉시 권한을 잃게 되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현 부통령이 대통령 잔여 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MPR는 인도네시아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대통령 탄핵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의 MPR 대의원(총 695명)은 20일 자카르타 도심 호텔에 집결해 비상사태 선포시 곧바로 특별회의를 개최할 준비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는 와히드 대통령이 이날까지 부패 혐의와 관련해 야권이 탄핵 움직임을 중단하지 않으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비책이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바로 회의를 갖고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하려 했던 것.

와히드 대통령은 이에 앞서 20일 오후 “탄핵추진세력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며 일단 비상사태 선포를 철회했다. 다만 협상 성과가 없을 경우 31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야권에 탄핵 중지 압력을 가했다.

MPR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가 일단 철회됐는데도 회의 소집시기를 앞당긴 것은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이상 와히드 대통령측과 권력 분점 등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미 심각한 통치권 누수 현상에 직면해 있다. 수로조 비만토로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체포 명령을 내려도 경찰과 군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경찰청장 체포를 막기 위해 스스로 경호를 설 지경에 이르렀다. 군경 수뇌부는 또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이에 따르지 않겠다는 견해를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탄핵을 추진하는 야권 핵심 인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는데 이는 탄핵 추진을 막으려는 압박 작전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민주투쟁당 대표 아리핀 파니고로가 수뢰 혐의로 입건됐으며 제2야당 골카르당 총재 악바르 탄중도 곧 정치 자금 유용 혐의로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세에 따라 야권 일부에서는 타협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최근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군통수권 등 대부분의 권력을 넘기고 명목상 국가수반직만 유지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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