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표적 러 언론사 공중분해

  • 입력 2001년 7월 6일 23시 45분


세무조사와 국영기업을 앞세운 러시아 정부의 탄압 속에 러시아 최대의 민간 언론사인 미디어-모스트 그룹이 결국 공중분해됐다.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사는 4일 미디어-모스트 계열 언론사 중 마지막으로 남은 ‘에호(메아리)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사의 경영권을 뺐는 데 성공했다.

이날 모스크바 시 법원이 판결을 통해 가스프롬이 이 방송에 대해 담보로 갖고 있던 지분 25%를 인정함으로써 가스프롬은 계열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25%의 주식을 포함해 50%의 주식을 확보했다. 임직원 명의로 지분을 인수해 독자적인 언론경영의 길을 찾던 이 방송사 직원들은 법원의 판결이 나자 대부분의 이사들이 사임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가스프롬의 에호 모스크바 인수 성공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러시아 정부의 ‘미디어-모스트 죽이기’는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미디어-모스트 계열 언론사 중 NTV는 이미 가스프롬으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일간지 세보드냐와 시사주간지 이토기는 폐간됐다. 러시아 정부는 비판적인 미디어-모스트 계열 언론사들에 대해 지난해부터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여 경영을 압박한 뒤 가스프롬을 동원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해체시켰다. 창업주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은 구속됐다 풀려난 뒤 스페인으로 도피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