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군사교류 재검토 파장]갈등 최악국면 치닫나?

  • 입력 2001년 5월 4일 15시 4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일 중국과의 군사교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미-중 관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조짐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중국과의 군사교류가 양국 관계를 개선시킨다면 괜찮지만, 별 소용이 없는 훈련이거나 양국 관계를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사실상 군사교류 중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30일자 내부지시를 통해 미-중 군사관계 중단을 지시했다가 2일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파문을 우려해 부랴부랴 이를 번복한 바 있다.

또 미 육군은 모든 장병에게 지급하기 위해 중국에 발주했던 베레모 공급을 1일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적 교류나 접촉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이처럼 과민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달 1일 있었던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고. 중국은 하이난(海南) 섬에 비상착륙한 미 정찰기를 아직 반환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이 정찰기의 상태를 파악하도록 미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허용한 뒤에도 정작 조사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 미국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정찰기 사고는 양국간의 우발적 악재일 뿐이며 근래들어 미-중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는 구조적 요인은 역시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對) 중국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방어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군사적 개입 방침을 분명히 시사한 것이나 미사일방어(MD) 체제 추진을 천명한 것 등이 그 예다.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비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일은 미국이 1999년 5월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誤爆)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중국의 반미감정을 더욱 고조시켰다.

게다가 미-중 양국 관계는 중국의 인권 및 종교탄압 문제와 중국계 미국시민권자의 중국억류, 중국에 대한 미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연장 문제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마치 지뢰밭을 걷는 듯한 형국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은 상대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등에 업고 첨예한 대립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미-중관계가 화해의 실마리를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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