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등 각국 전직대통령 수난시대

  • 입력 2001년 4월 26일 17시 39분


공금횡령 혐의로 수감된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처량한 모습
공금횡령 혐의로 수감된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처량한 모습
아르헨티나 페루 필리핀의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다음달 35세 연하의 미스유니버스 출신 방송인과 결혼을 앞둔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70)은 25일 검찰로부터 무기밀매에 간여한 혐의로 소환장을 받았다.

검찰은 메넴 전 대통령이 재임중이었던 91∼95년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에 대한 무기밀매에 개입했다며 두 나라는 당시 분쟁지역으로 이들에 대한 무기판매는 국제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당시 크로아티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상태였으며,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분쟁 당시 중재역을 자임했기 때문에 무기밀매는 도덕성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19일 메넴 전 대통령의 전(前) 처남이자 오른팔인 에미르 요마 전 대통령 보좌관을 무기밀매와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했다.메넴 전 대통령측은 “정상적인 무기 수출에 브로커들이 끼어들어 무기가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로 흘러들었다”고 주장했다.

페루 반부패 특별검찰도 25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63)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할 것이며 페루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검찰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국고 횡령 방법을 모의한 자리에 참석한 증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페루는 현재 일본에 사실상 망명중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넘겨달라고 범인인도 요청을 해놓고 있다.

한편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64)은 감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26일 오전 변호사와 만나 “잠자리가 영 불편했다”며 “전혀 특별대우가 없었다”고 불평했다. 그는 “에어컨은 작동 안되고, 음식은 플라스틱통에 담겨 나온다”며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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