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수도 붙들어둘수도…" 정부, 崔대사 귀임시기 고민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34분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의 귀임 시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를 통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의 전략과 방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일까지만 해도 “최대사가 3, 4일쯤 서울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언급은 16, 17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창작 오페라 ‘황진이’ 공연 때 최대사가 아키히토(明仁) 일본천황을 영접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왔다. 천황을 초청한 당사자인 최대사도 이를 감안해 돌아가는 비행기편을 미리 예약해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날이 갈수록 강경해지자 “국민 감정이 ‘천황 영접’을 위한 주일대사의 귀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황진이 공연이 끝나는 17일 이전에 최대사가 귀임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최대사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고민은 뾰족한 대책 없이 최대사를 마냥 서울에 붙잡아 놓을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최대사는 지난주 △국무총리 및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한 현황 보고 △정부 대책반 회의 참석 △국회 통외통위 간담회 참석 등을 마치고 정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말 최대사를 일단 귀임시켜 일본측에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의 ‘유감 표명 서한’을 전달하도록 하고, 26일 일본의 새 내각이 출범한 뒤 일본측에 교과서 재수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단기적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수순은 대응 강도를 차례차례 높여 나간다는 정부의 기본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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