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스파이전 2라운드…러, 2차대상 46명 통보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8분


미국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조치에 맞서 러시아가 4명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시킨 데 이어 미국이 이미 추방을 통보한 50명 외에 러시아 외교관의 추가 추방 가능성을 언급, 양국간 ‘스파이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27일 4명의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의 명단을 미국측에 건네며 “다음달 6일까지 러시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대사관의 존 오드웨이 부대사를 불러 “이들이 ‘외교관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활동’을 한 비우호적인물(PNG)이기 때문에 추방한다”고 통고했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 결정은 러시아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연방정보부(FSB)는 7월까지 미 외교관 46명을 추가로 추방할 계획이다. 러시아 민영 NTV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모스크바 지국 책임자인 폴 홀링슈어트와 모스크바 미 대사관의 해군 무관 로버트 브렌논 대령이 추방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정보당국은 국영 RTR방송을 통해 브렌논 대령이 러시아 언론인과 학자를 매수하거나 “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유혹해 정보를 수집하는 장면을 촬영한 녹화테이프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추방될 미국 외교관이 어떤 사람들인지 검토할 계획이며 그때까지 모든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 외교관 4명에게 이미 추방령을 통보했으며 46명에게는 7월1일까지 미국을 떠나도록 조치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러시아로부터 미국 외교관 46명의 이름이 적힌 2차 추방자 명단을 받았다”면서 “추방될 미 외교관의 직위나 근무 연수에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면 미국은 ‘일단락 된’ 이번 사건을 재개해 보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스파이 분쟁의 계기가 된 전 연방수사국(FBI)요원 출신의 러시아 스파이 로버트 핸슨에게 연방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존 애시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은 27일 “15년 이상 암약한 스파이 핸슨씨의 경우 법에 따라 사형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경찰은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한 미국인 유학생 존 에드워드 토빈에게 중형이 구형될 가능성이 있다고 27일 밝혔다. 98년까지 미 국방부 산하 첩보학교에서 수학한 토빈씨는 러시아 보로네즈대학에 유학 중이던 지난달 말 체포돼 스파이 혐의까지 조사를 받아왔으나 양국은 물밑 협상을 통해 마약 혐의만 적용키로 합의했다. 토빈씨에게 최대 15년의 징역형 등 중형이 내려질 경우 양국간의 또 다른 외교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이종훈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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