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감세안 지지]美경기 되살리기 적극처방

입력 2001-01-26 18:38수정 2009-09-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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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말에는 누구나 귀 기울인다.”

지난 8년간 사상 최장기 경제호황을 이끈 그린스펀 의장의 절대적 영향력을 빗댄 이 말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는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25일 급속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감세의 필요성을 인정함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10년간 1조6000억달러의 감세 계획은 탄력이 붙게 됐다.

연방정부의 재정흑자를 국채탕감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며 그동안 감세계획에 반대해온 그린스펀 의장이 생각을 바꾼 것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국채 탕감 외에 다른 주장을 할 날이 오리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근접해 부채규모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FRB는 지난해 폭락한 주가가 연초에도 곤두박질치자 3일 연방기금 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했으나 기대했던 만큼 증시는 반등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12월 제조업활동지수가 43.7로 경기침체기였던 9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아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결행의 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금리 등 통화정책을 통해 미 경제를 주물러 온 그린스펀 의장도 “재정정책은 급변하는 경기순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날이 무딘 도구”라고 말해 통화정책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가 이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소신을 버리고 감세의 효용성을 인정했다고 해서 바로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할 것 같지는 않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의 중요성을 인정해 기쁘다”고 말하는 등 공화당 진영은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그린스펀의 발언에 실망하면서 감세정책 저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공화당측 감세안은 부자한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감세항목과 세율을 조정하고 실시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 그린스펀 의장도 감세 규모가 연방정부의 재정흑자를 적자로 돌려놓을 정도로 커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감세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느리다는 점 때문에 FRB가 다음주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전반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며 82.55포인트(0.78%) 상승한 10,729.52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미국 최대 광섬유 제조업체인 코닝이 실적 부진을 공시한데 영향을 받아 104.87포인트(3.67%) 떨어진 2,754.28에 마감됐다.

<신치영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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