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탄생일 기념식]부시 "인종간 평등 이룰 것"

  • 입력 2001년 1월 16일 15시 17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로 68년 암살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15일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한 대학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내가 퇴임하며 한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미국'을 이룩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보편적인 인간애가 인종 민족 문화적 차이보다 중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소수계는 여전히 인종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차기 행정부에서 이같은 문제가 초당파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흑인인 로드 페이지 교육장관 지명자와 함께 텍사스주 휴스턴의 켈소 초등학교를 방문, 공립학교의 교육개혁을 통해 킹 목사가 남긴 인종간 평등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부시 당선자는 "지금은 모든 어린이가 인종에 상관 없이 학교에 갈 수 있으나 교육을 받는 기회는 동등하지 않다"며 "공립학교의 교육이 저하되는 것은 미국의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양질의 공립학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회 균등에의 꿈은 공허하다"고 역설했다.

부시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고향인 텍사스주 흑인 유권자들의 5%, 미국 전체 흑인 유권자들의 10% 지지만을 얻는 데 그쳤다.

미국의 50개 주중 마지막으로 킹 목사 탄생일을 올해 처음 기념일로 정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도 콜럼비아에선 미국 최대의 민권단체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소속 흑인 등 1000 여명이 집회를 갖고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방기가 아직도 주 청사 등에 게양되는 것에 항의했다.

버지니아 주는 그동안 킹 목사 기념일을 남북전쟁 기간 중 남부군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 및 스톤월 잭슨 장군의 기념일과 함께 지켜왔으나 올해는 이를 분리, 킹 목사 기념행사를 별도로 가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서 흑인들의 투표참여가 제약을 받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등 최근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 뜨거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인지 이날 기념행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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