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 가해학생' 日서 첫 배상판결

  • 입력 2001년 1월 16일 00시 35분


일본에서 이지메(집단괴롭힘)를 가해 동료 중학생을 숨지게 한 학생 본인들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요코하마(橫濱)지방법원은 15일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94년 자살한 히라노 요(平野洋·당시 14세)의 부모가 가해 학생 10명(남학생 7명, 여학생 3명)과 학교 등 교육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당시 급우 9명과 교육당국은 4100만엔(약 4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이지메와 관련된 자살사건 소송에서 가해학생 부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있었으나 학생 본인에게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이지메를 가한 학생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케다 료이치(池田亮一)재판장은 판결문에서 “동급생에 의한 이지메가 자살의 원인”이라며 가해학생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학교측이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히라노군은 94년 4월 가나가와(神奈川)현의 다른 학교에서 쓰쿠이마치(津久井町)의 나카노(中野)중학교로 전학왔으며 그 때부터 급우들의 심한 집단괴롭힘에 시달렸다.급우들은 △상습 폭행 △교과서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리기 △베란다에 세워놓고 때리기 △가방뺏기 △책상에 분필가루와 마가린 바르기 △의자에 압정꽂아두기 등 갖은 방법으로 히라노군을 괴롭혔다. 히라노군은 전학온 지 석달 만인 같은 해 7월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소송 과정에서 가해 학생들은 이지메를 부인했으며 교육당국은 학생들 사이에 사소한 다툼은 있었지만 이지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학생들이 이지메 때문에 자살하고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99년 자살한 19세 이하 청소년 674명 중 46명이 학교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는 유서를 남겼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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