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최후의 전범' 55년만에 재판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34분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나치전범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55년 전의 범죄에 대한 단죄로 전범 처벌에는 시효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독일 남부 콘스탄츠 호수 근처의 소도시 라벤스부르크에서 4일 시작된 이번 전범재판으로 55년간 묻혀있던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고 ZDF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사건은 나치친위대(SS) 장교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아달베르트 랄리에르 교수가 당시 상관이던 율리우스 필(82)이 유대인을 학살했다고 지난해 10월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45년 4월초 현재 체코지역인 라이트메리츠의 SS파견대장이었던 필 대위가 유대인 100여명을 소련군 탱크저지용 참호구축에 강제 동원했으며 이중 7명을 기관총으로 살해했다는 것.

이 폭로가 터진 뒤 경찰은 바이에른주에서 은퇴한 언론인으로 존경받고 있던 필 씨를 즉시 체포했다. 필씨는 전쟁이 끝난 뒤 지방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언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83년 독일 최고명예인 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그동안 경찰조사를 받아온 필 씨는 이날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당시 감시대원들은 5정의 카빈소총만 갖고 있어 기관단총으로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랄리에르 교수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범죄혐의를 부인했다.재판부는 앞으로 27회에 걸친 공판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증인이나 물증이 없어 유죄입증은 힘들 전망이다.독일 언론은 “이 사건이 ‘나치 최후의 전범’ 재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82세 노인이라도 범죄사실이 밝혀지면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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