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유언장 첫 공개…CEO 전문경영인 거론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투자의 귀재’‘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미국 투자가 워런 버핏(70)이 자신이 숨진 뒤에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더웨이의 경영권 및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알려졌다.

이 신문은 17일 그의 비서가 그의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다며 유언장은 “어제 내가 죽었습니다. 내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우리 사업을 위해서는 그리 나쁜 뉴스는 아닙니다”로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유언장은 그가 숨진 다음날 30만 주주들에게 발송될 예정이다.

유언장에 따르면 그가 숨진 후 회장은 장남인 하워드 버핏(45)이 맡는다. 하워드는 일리노이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경영하며 버크셔 해더웨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워런 버핏은 회장직을 버핏 가문이 이어가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남의 주된 임무는 아버지의 회사가 현재의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밖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

하워드 다음에는 손자 하워드 워런 버핏(17)이 회장직을 승계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손자가 10세부터 명함을 가지고 다녔으며 미성년이지만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핏은 부인인 수지에게는 유산의 일부를 물려받아 비영리법인인 버핏 파운데이션을 설립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한편 버핏은 회사의 투자 및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도록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더웨이의 투자담당 최고책임자는 그룹의 보험부문인 ‘가이코’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루이스 심슨이 맡게 된다. 그러나 생전에는 경영권을 놓지 않을 워런 버핏이 장수하게 되면 현재 64세인 심슨은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버핏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가이코에서만 39년간을 봉직한 토니 나이슬리(57) 등 전문경영인 3명이 거론되고 있다.

버크셔 해더웨이는 50개 계열사를 가진 재벌그룹으로 시가총액이 804억달러(약 89조원)에 이르며 코카콜라 지분 8%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지분 11%를 소유하고 있다.

버핏은 7월 결장종양 제거수술을 받았으며 그의 건강은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가 등락에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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