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홀 선교사 내한 110주년 손녀 필리스 홀 킹기념 강연

  • 입력 2000년 10월 3일 23시 45분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묻힌 곳이자 내가 태어난 땅을 60년 만에 다시 찾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고려대 의대의 뿌리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세운 로제타 홀 선교사의 내한 110주년을 맞아 방한한 홀여사의 손녀 필리스 홀 킹 여사(66·사진)가 3일 열린 고려대 인촌기념관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집안은 할머니 때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고 대를 이어 선교와 의료활동을 펴왔다.

할머니 홀여사는 1890년 한국에 왔다. 1898년 평양에 광혜여원을 세우고 한국인 박에스더씨를 미국 볼티모어여자의대에 입학시켜 한국인 최초의 여의사로 길러냈다. 1899년엔 시각장애 소녀들에게 처음 점자교육을 시작했다.

1928년에는 “소외받는 여성을 치료하려면 여의사를 길러내야 한다”며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했다. 이 강습소는 경성여자의학전문대→수도의대→우석의대를 거쳐 현재의 고려대 의대가 됐다.

할아버지 윌리엄 홀 선교사는 평양에 광성학당을 세웠고 청일전쟁 때 환자를 치료하다 장티푸스에 걸려 1894년 양화진에 묻혔다. 또 아버지 셔우드 홀 선교사는 1928년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설립했고 1932년에는 크리스마스실 판매운동을 시작했다. 할머니 홀여사는 43년간에 걸친 한국에서의 봉사활동을 끝내고 1933년 고국으로 돌아간 뒤 1951년 사망했다.

킹여사는 “할머니는 미국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한복을 입고 지내실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셨다. 유언에 따라 할아버지가 묻힌 양화진에 안장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킹여사는 여섯 살 되던 1940년 아버지가 일본 총독부에 의해 외국인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추방되자 인도로 갔다.

아버지의 한국 의료 선교활동을 중심으로 회고록을 집필한 그녀는 요즘 인도 의료 선교활동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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