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탈출저지 작전 돌입…유고 총파업시위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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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를 떠나는 자가용 비행기를 감시하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의 국외탈출을 막아야 한다.”

대선 부정개표에 항의하는 국민 총파업이 유고 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서방 정보기관들이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중국 망명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막기 위한 비상작전에 돌입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지는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중국에 2억달러(약 2200억원)의 비밀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의 망명 가능성에 대비해 서방 정보기관들이 합동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작전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선거에서 패배하기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 미국 관리들은 “NATO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로셰비치의 국외탈출 기도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시작전은 밀로셰비치의 자금관리인인 보르카 부치치(여)가 지난 6주간 대통령 일가의 업무차 두 번이나 베이징을 다녀왔다는 정보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셰비치 정권은 90년대 초 국가예산에서 50억달러를 횡령해 국외로 도피시켰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중국 레바논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한 정보기관 소식통은 “밀로셰비치의 도주비행 항로는 헝가리나 루마니아를 거쳐 러시아로 이어질 것이며 그가 중국으로 간다면 러시아도 이를 묵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NATO는 헝가리와 루마니아에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자가용 비행기를 강제착륙시키거나 요격시킬 전투기를 비상대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니아의 군 소식통들은 “NATO 감시반이 자가용 팰콘 제트기나 유고 정부의 공용비행기인 DC10기를 추적하도록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유고 야당연합인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은 2일 오전 5시를 기해 국가법령의 보이콧 등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한 국민총파업에 돌입한다고 1일 발표했다. 교원노조와 일반 근로자, 의료계까지 포함된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이미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총파업 시위를 시작했으며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극장과 상가, 은행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판체보의 정유공장 근로자들은 트럭으로 진입로를 봉쇄한 상태.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1일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고향 포자레바츠에선 1만명이 가두시위를 벌였고, 차차크 브룬야차 노비사드 등 10여개가 넘는 대도시에서 5000∼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꼬리를 물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장교 임관식에 참석해 “유고사태를 중재할 용의가 있다는 러시아 정부의 제의를 거절한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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