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티모르 피살 유엔구호요원 e-메일 공개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41분


비극적인 최후를 예감했던 것일까. 서티모르에서 난민을 돕다 5일 친인도네시아 민병대 폭도에게 살해된 3명의 유엔 구호 요원 가운데 한 명이 숨지기 직전 한 외교관에게 메시지를 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소속으로 티모르섬에서 근무해온 구호 요원 카를로스 세레스 콜라조는 민병대의 습격을 받기 직전 한 외교관에게 e메일을 보냈다고 외신이 7일 전했다. 잔인한 민병대의 습격이 임박한 데 따른 공포감을 생생히 묘사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유엔고등판무관이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내용을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메시지를 보낸 직후 콜라조는 살해됐으며 7일 사무실에서 동료 두 명과 함께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그는 메시지에서 “민병대 폭도가 사무소가 있는 아탐부아 지역에 마침내 들이닥쳐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멋대로 행동한다. 내가 방에서 모기를 잡듯 그들은 사람을 아무 생각없이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사람들이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창문 커튼 사이로 밖을 엿보던 직원들이 서둘러 창문을 합판으로 가렸다. 우리는 비무장이다. 적 앞에 던져진 미끼처럼 우리는 폭력의 파도를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고 전했다. 마지막 순간의 긴박함을 이렇게 전한 그는 결국 최후를 맞고 말았다.

유엔은 서티모르에서 활동해 온 유엔 구호 요원이 민병대와 폭도에게 살해되자 7일 54명의 구호 요원을 긴급 철수시켰다.아탐부아에는 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를 포함해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단체가 사무실을 두고 있다.한편 미국 뉴욕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중 이 소식을 들은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대통령은 즉각 유감을 표시했으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인도네시아에 대해 이같은 폭력 행동을 통제하도록 촉구했다. 현재 서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지배하에 있으며 동티모르는 지난해 11월 이후 유엔평화유지군이 관할하고 있다. 친인도네시아 민병대는 동티모르 독립에 반대하며 유엔평화유지군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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