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브루어 연출가 "한국계 작가 작품 서울초연 뜻깊어"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6분


로버트 윌슨, 리처드 포어 등과 함께 미국 3대 실험극 연출가 중 한사람으로 불리는 극단 ‘마부마인’의 리 브루어(63)가 5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브루어는 서울연극제에 초청된 대표작 ‘하지’를 무대에 올리는 한편 재미동포 극작가 성노(33)의 ‘이상, 열 셋까지 세다’도 연출한다.

브루어는 “‘하지’는 느리고 시적인 일본 전통극 ‘노(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초연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루스 말레체크의 더 깊어진 연기로 계속 새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어는 또 “한국계 작가가 한국의 시인 이상을 모티브로 쓴 작품을 서울에서 초연한다는 것을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이상이라는 시인이 랭보처럼 시대의 반항아이자 혁명가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한 마을의 이름을 딴 ‘마부마인’ 극단은 70년 창단된 뒤 컴퓨터그래픽 비디오아트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퓨전시킨 공동창작 형태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73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된 ‘하지’는 한때 브루어의 부인이기도 했던 여배우 루스 말레체크의 1인극 무대로 비디오를 이용한 인간 의식의 흐름을 추적하는 파격적인 기법으로 세계 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미국은 물론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공연됐으며 지난 20여년간 미국 실험극계에서 권위를 인정하는 OBIE상을 15차례나 받았다.

‘하지’는 15일부터 17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이상∼’은 10월10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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