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콜롬비아 마약戰 개입…클린턴 정상회담서 밝혀

  • 입력 2000년 8월 31일 20시 37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마약 생산국인 콜롬비아 마약생산 카르텔 및 반군과의 전쟁에 나섰다.

클린턴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온 지 하룻만인 30일 여독도 풀지 않은채 콜롬비아의 북부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에 도착해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과 ‘마약퇴치 정상회담’을 갖는 등 9시간의 강행군을 소화했다. 클린턴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재닛 리노 법무장관,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이끄는 의회대표단 11명 등 대규모 방문단을 대동, 첫 번째 콜롬비아 방문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회담장 주변 분위기는 매우 삼엄했다. 무장한 수천여명의 군 경찰 병력이 도시 곳곳을 순찰했고 헬리콥터가 회담장 인근을 비행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같은 경계는 좌익반군 콜롬비아혁명군(FARC)이 클린턴의 방문에 반대하며 전국에서 민간인과 관공서에 대한 테러를 계속했기 때문. FARC는 29일에도 은행과 경찰서를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수도 보고타에서는 노조원과 학생 2000여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양키 고 홈’을 외치며 버스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반미시위를 벌였다.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의 표정은 결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지원할 13억달러는 ‘콜롬비아 계획’을 통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콜롬비아 정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우리의 투쟁에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계획’은 파스트라나 대통령이 3년간 75억달러를 투입하겠다며 선언한 마약퇴치 전쟁. 그는 마약 생산지역을 초토화시키고 반군을 토벌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국제사회에 35억달러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가장 먼저 호응한 것.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90%, 헤로인의 50%가 콜롬비아에서 생상된 것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계획은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카인 생산지역을 막강한 반군들이 장악하고 있어 한바탕 전쟁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지원하는 13억달러의 대부분도 전쟁 수행을 위한 헬기 60대와 수송열차, 각종 무기구입에 쓰여질 계획이다.

콜롬비아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접국인 에콰도르는 이를 우려해 국경 병력을 4000명으로 두배 이상 증강했고 브라질도 국경 병력을 증강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에콰도르 국경지역에 5000명 규모의 난민캠프 건설을 추진중이다.

2만5000여명으로 추정되는 남미 최대의 반군조직 FARC 등 반군의 대응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마약 카르텔과 경작자를 보호해주면서 세금을 거두는 방식 등으로 연 6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반군들은 콜롬비아 계획이 시행될 경우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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