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版 로미오와 줄리엣'…양국 출신 성악가 한무대 공연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57분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여온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두 나라 출신 남녀 성악가가 양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넘어 한쌍의 연인으로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일부터 프랑스 엑스앙프로방스에서 열리고 있는 오페라 페스티벌에 나온 유고연방 세르비아공화국 여성 성악가 미리야나 미야노비치(28)와 크로아티아 성악가 크리시미르 스파이처(24)가 ‘발칸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2일 전했다.

이들은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환’에서 트로이 전쟁터로 떠난 영웅 율리시스와 그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아내 페넬로페 역을 맡고 있다. 이들은 199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저명한 성악교수 코라 칸 메이저로부터 성악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같은 사랑을 시작했다. 당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는 휴전과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칸 메이저 교수는 두 사람을 따로 불러 “함께 공부할 수 있겠느냐”고 다짐까지 받았다. 두 사람은 긴장 속에 첫 수업을 받았지만 곧 공용어인 세르보크로아티아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96년부터 동거에 들어갔으나 고국의 가족들에게는 비밀에 부쳤다. 두 사람은 양국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진정된 올해 가족에게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최고 수준의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두 사람이 “하늘의 계시라도 받은 것 같다”고 극찬했으며 라프로방스지도 두 사람을 ‘이번 여름의 연인’으로 선정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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