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세르게예프 국방 파워게임서 패배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39분


러시아 군부의 실력자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과 아나톨리 크바쉬닌 군 총참모장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핵심은 전략미사일군(SMF) 처리 문제. 육군 출신의 크바쉬닌은 “핵전력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SMF를 대폭 축소하고 대신 재래식 전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가 약방의 감초처럼 내세우는 근거는 ‘체첸전쟁’. 러시아군은 체첸반군을 상대로 94년 1차전쟁 때는 패배했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2차전도 지지부진 상태이기 때문. ‘쓰지도 못할’ 핵전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뭐하느냐는 것. 차라리 그 돈으로 탱크 1대라도 더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인 셈. 크바쉬닌은 지난달 12일 SMF를 혁명적으로 감축하고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는 군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SMF 출신의 세르게예프는 14일 “SMF를 죽이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범죄행위이며 ‘미친 짓’”이라며 맞섰다. 핵전력 유지는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 등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하다는 반론이다.

분석가들은 푸틴이 결국 크바쉬닌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관측한다. 군사평론가인 미하일 티모페예프는 “SMF의 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 개혁이 총참모부의 승리로 돌아갈 경우 반론의 선봉장 세르게예프의 퇴진이 점쳐지기도 한다. 마침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1일 세르게예프의 해임 가능성을 보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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