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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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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평화회담이 결렬된 뒤 귀국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지도자 모습을 뉴욕타임스지는 26일 이렇게 전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해 짤막한 기자회견을 갖고 서둘러 관저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바라크는 “회담에서 너무 많이 양보하려 했다”고 항의하는 시위대를 만났다. 한 라디오방송의 여론조사결과도 57%가 바라크의 회담 자세를 비판했다.
반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가자공항에 도착해 영웅 대접을 받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 일부 지지자들은 아라파트를 무동태웠고 아라파트는 ‘V’자를 그려 보였다. ‘환영, 전쟁과 평화의 영웅―아라파트’ ‘예루살렘이 눈앞에 다가왔다’ 는 등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두 지도자가 귀국후 상반된 대접을 받게된 것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5일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바라크는 동예루살렘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였지만 아라파트는 완강했다”고 언급했기 때문.
극우 정당이 연정에서 탈퇴함에 따라 소수당 지도자로 전락한 바라크는 다음주 야당측이 제기한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실시 안건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아라파트는 그간 강력한 비판세력이었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하마스로부터도 환영을 받아 한동안 흔들렸던 위상을 굳힐 수 있게 됐다.
외신들은 양측 지도자의 상반된 귀국 모습에 대해 “중동평화 협상이 앞으로 그리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