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크면 블랙홀도 크다"…천문학계 형성과정 밝혀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40분


거대 블랙홀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세계 천문학계는 최근 허블망원경을 이용해 30개 이상의 은하에서 거대한 블랙홀을 관측했고 이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거대 블랙홀이 형성되어가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어떤 것인지 밝혀냈다는 것이다.

허블망원경에 새 분광사진기를 설치해 관측한 결과 은하가 크면 클수록 그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크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과학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종합 정리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랙홀은 은하의 탄생보다 앞서 형성되지 않으며 은하에서 수소가스가 중심으로 수축하는 과정에서 별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발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

새 관측 결과 흥미를 끄는 것은 중소규모의 블랙홀은 항상 은하의 밀도가 높은 중심 팽대부 질량의 0.2%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홀의 질량이 왜 이 비율을 유지하는지는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태양의 10억배에 이르는 거대 블랙홀은 오직 타원형 은하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은하가 탄생할 때 성운을 이루는 수소가스가 블랙홀의 ‘씨앗’인 작고 단단한 물체를 중심으로 수축하면서 별을 만들고 블랙홀의 질량을 더욱 증가시키게 된다. 이 결과 거대한 타원형 은하가 탄생하고 이 은하가 크면 클수록 중심의 블랙홀이 크다는 것이다.

또 원반형 은하의 충돌로 인해 새 은하가 만들어지면서도 거대 블랙홀이 생겨난다는 것. 그다지 크지 않은 블랙홀을 갖고 있는 원반형 은하 2개가 충돌하면 그 중심과 블랙홀이 하나로 융합하고 이 결과 거대한 타원형 은하가 생겨난다는 것. 그 중심에서 하나가 된 블랙홀은 원래의 블랙홀 2개를 합한 것보다 더 큰 블랙홀이 된다.

그밖에 보통 원반형 은하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없지만 이 은하가 작은 ‘씨앗’ 블랙홀을 갖고 있지만 수소가스가 그 중심으로 수축하기 시작하면 운하의 중심에는 밀도가 높은 물질의 팽대 현상이 나타나면서 마찬가지로 거대 블랙홀이 만들어진다는 것.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수같이 중심 팽대부가 작은 은하에서는 태양의 수백만배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작은 블랙홀을 갖고 있다.

이번 관측의 국제연구팀 일원인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분교의 존 코멘디교수는 “은하의 구조와 블랙홀의 형성 및 성장과정에 관한 상호관계는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은 은하와 블랙홀간의 관계를 알게됨으로써 천문학자들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얻게됐다는 것.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도 블랙홀의 ‘씨앗’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다. 연구팀은 앞으로 소규모 블랙홀의 관측을 통해 이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블랙홀 형성과정▼

블랙홀을 이해하려면 우선 별의 생성과정을 알아야 한다. 별은 수소가스가 모인 성운이 중심 부위로 수축하면서 만들어진다.

수소가스가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하면 중력이 더욱 커지면서 수소가스가 단단하게 수축하게 되고 그 중심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진다. 중심온도가 1000만도를 넘어서면 수소는 비로소 서로 합쳐지면서 헬륨 원소를 만들고 높은 에너지를 발해 빛을 내게 된다. 바로 별이 되는 것이다.

수소가 뭉쳐 헬륨이 되는 것은 핵융합 현상으로 수소폭탄이 폭발하는 것과 같다. 핵융합시에는 외부로 팽창하는 힘이 생기게 되고 이 힘과 중심으로 수축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수소덩어리는 안정적인 별이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별의 행융합 반응으로 인한 팽창력이 없어지면 수소가스를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중력만 남아 별은 엄청나게 작게 수축하면서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이 될 때 별이 수축하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지구가 블랙홀이 된다면 지름이 1㎝ 크기로 작아지게 된다. 지름이 139만㎞인 태양은 3㎞에 불과하게 된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 때문에 주변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데 빛조차도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블랙홀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므로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주변 물질이 빨려들면서 서로 충돌해 발생시키는 전파를 관측해 블랙홀을 간접적으로 알아낸다. 즉 물이 빨려들어가는 소용돌이를 보고 배수구가 있는 것을 짐작하는 것과 같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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