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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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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은 지 3년도 안된 올해 80년대의 '아시아 경제기적'을 방불케 하는 고속 성장을 재연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같은 아시아 경제 고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홍콩을 들었다.
홍콩은 올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무려 14.3%를 기록, 87년 4·4분기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출은 지난해 4·4분기보다 20.7%나 늘었다.
또한 외환위기를 심하게 겪은 한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도 두자릿수에 달했고 싱가포르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경제 전망기관들의 당초 예상치 보다 훨씬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개혁의 속도가 느리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구조조정과 부채절감이 활발히 진행된 데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이달 초 아시아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6.7%에서 6.9%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한달도 채 못된 지난주 다시 7.1%로 높였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빠른 경제 회복에는 미국 경제의 활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컴퓨터 전자 기계 섬유 제품의 대미(對美)수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제분석가인 사이먼 오거스는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시아 국가에도 매우 긍정적인 조짐"이라며 "미국이 호황을 지속하는 한 아시아 경제의 고성장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거스는 "미 경제가 하강국면을 보이면 아시아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아시아 경제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경우 구조조정의 압력이 완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증시가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및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급락국면을 보이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의 기업 가치와 주식 시장이 저평가 돼 있다"며 지난 2년간의 경체침체에서 벗어나 올해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97년 외환위기의 분화구였던 태국이 수출 급성장과 물가 안정세에 힘입어 올해 4%가 넘는 인상적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말레이시아는 7%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