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 임원인사 '영업통'이 뜬다…사장기용 잇따라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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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발표된 일본 대기업의 올해 임원진 인사에서 ‘영업통’ 사장의 기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품경기 붕괴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90년대에 내부개혁 및 구조조정을 위해 본사와 무관한 ‘방류출신’이나 노무 인사 경리 재무 등 전문지식을 지닌 실무가형이 각광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미쓰이물산 신임사장으로 내정된 시미즈 신지로(淸水愼次郞)전무는 ‘기업의 참모본부장’ ‘사장 등용문’으로 불리는 업무부장을 거치지 않고 일선영업만 해왔다.전임사장때 자산압축 등 재무체질 개선을 마친 이 회사는 올해를 ‘공격의 해’로 설정했다. 시미즈는 “종합상사의 전통적 강점과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융합하겠다”고 강조한다.

스미토모금속공업도 경리통인 전임사장 대신 영업담당인 시모즈마 히로시(下妻博) 영업담당 부사장에게 대권을 넘겼다. 채산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성장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시장동향을 몸으로 알고 있는 시모즈마의 분석력이 필요하다는 판단때문이었다. 특히 철강부문 영업을 오래해 온 그는 자동차업계 등 주요 고객과의 파이프가 두텁고 지금도 자동차 신차 발표회에 얼굴을 내미는 ‘골수 영업맨’이다.

이처럼 영업통 경영자가 일본기업에서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장기불황속에서 뼈를 깎는 경영개혁을 어느정도 끝내면서 이제 적극적 경영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

기업이 내부기반 조정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시장동향과 고객욕구를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영업전문가라야 ‘공격적 경영’의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이번에 사장에 오른 영업출신 경영자들은 일본기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입사해 일반직원시절을 보냈다. 그만큼 ‘성공체험’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안다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성급한 경영개혁 대신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개혁을 본궤도에 올리기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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