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호황덕에 돈풍년" 싱글벙글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 정치권에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19일 민주 공화 양당의 최근 재정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의 정치자금 내용을 분석하고 “예전에는 드물던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단위의 고액 정치자금을 거리낌없이 내놓는 기업과 개인이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업과 개인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져 씀씀이가 커졌고 수요 측면에서는 후보자의 TV광고 등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금액과 지출액에 제한이 없는 소프트머니(정당기부금)를 후보 개인에 대한 선거홍보비로 전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소프트머니 의존도가 높아져 양당은 기를 쓰고 모금경쟁을 벌이고 있다.

줄리 핀리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지난 2년 사이 25만달러 이상 기탁했거나 내기로 약속한 사람이 50명이 넘어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23명의 두 배 이상 된다”면서 “돈이 풍족해진 사람들이 부담없이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편이 좋아진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 4년 전 대선 때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접수된 20만달러 이상 고액 기부금은 다섯 건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올들어 3월까지만도 벌써 9건이다. 민주당 고액 기부자 명단에는 35만달러를 내놓은 통신업체 SMC, 25만달러씩 써낸 유어헬스닷컴(YourHealth.com)과 볼티모어의 소송 전문변호사 피터 앤젤로스, 넷스케이프 공동 창업자 마크 앤드리센 등이 포함돼 있다.

의회 쪽도 마찬가지. 민주당 의회선거운동위원회는 국제서비스업노조로부터 모두 50만달러를 받았고 공화당 의회위원회는 지난달에만 10만달러 이상 고액 기부를 20건이나 접수했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인 ‘커먼 코즈’는 “지난해 소프트머니 모금액이 1억 700만달러로 4년 전의 5900만 달러에 비해 81%나 늘었다”면서 “정치권이 몇 안되는 고액 기부자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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