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사 "3국인 흉악범죄 기승…" 발언 파문

  • 입력 2000년 4월 9일 23시 41분


일본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도 지사가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을 흉악한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는 9일 육상자위대 네리마(練馬) 주둔지의 부대창설 기념식에서“3국인, 외국인의 흉악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지진이 날 경우 소요가 예상된다”며 “경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위대가 재해(출동)가 아닌 치안 유지도 해주길 바란다”고 자위대의 대응을 강조했다.

‘(제)3국인’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국민 중 일본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던 말로 일본 패전후 한때 재일 동포와 대만출신 중국인을 지칭해 사용됐다.

이시하라 지사는 얼마전 경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일본내에서 중국인의 범죄가 늘어나고 지진 등 재해시 외국인 소요사태가 예상된다며 경찰측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그의 이날 발언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악성 루머를 유포시켜 수천명의 조선인을 학살한 만행을 연상케 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시하라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위대의 치안출동을 주장한 것은 외국인에 대한 일본 국민의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내 외국인과 각국의 비난이 예상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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