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상원의원선거 78명 당선 무효…부정행위자 法 엄격 적용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무려 78명의 상원의원 당선자의 당선을 취소했다. 선관위는 4일 실시된 사상 최초의 상원의원 직접 선거에서 당선된 200명 가운데 78명에 대해 부정행위 등을 이유로 당선무효를 선언하고 13명은 당선을 유보했다고 방콕포스트지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당선이 취소된 정치인 가운데는 현직 내무장관과 전 하원의원, 은행가, 군장성, 전경찰국장, 언론사간부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선관위는 이들이 매표 대리투표 학력위조 등의 부정행위를 해 당선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학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만 출마토록 한 규정을 위반해 당선이 무효된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는 금품살포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등 타락상이 극에 달해 당선무효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많은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돈은 물론 쌀과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나눠줬다.

코윗 와타나 경찰청 차장은 유권자 1인당 50∼500바트(1500∼1만5000원)씩의 돈이 뿌려져 선거기간 중 최소한 200억바트(6000억원)가 살포된 것으로 추산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선관위는 투표 당일 투표 용지에 이미 기표가 됐다는 신고가 240건, 매표행위 신고가 400건 이상 보고됐으며 유권자 200명의 투표용지가 도난당한 사례도 있다고 5일 발표했다.

당선무효된 의원들에 대한 재선거는 30일 내에 치러질 예정. 방콕포스트는 3000만명의 유권자가 다시 투표를 하게 돼 정부가 엄청난 선거관리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선관위는 재선거에는 당선이 무효된 후보뿐만 아니라 선거부정 혐의가 드러난 낙선 후보들의 출마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1997년 10월 공포된 새 헌법에 따라 이번에 선출된 상원의원은 입법 감사권, 고위공무원 탄핵권, 주요 정부인사 임명권 등을 갖는 등 권한이 강화됐다. 과거의 상원은 총리가 임명하는 의원으로 구성됐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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