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色 춘향전' 나온다…中'월극'-日'가부키-'韓'창극'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한국의 ‘창극’(唱劇), 중국의 ‘월극’(越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 등 동아시아 3국의 고전 음악극이 각각의 스타일로 ‘춘향전’을 공동제작해 무대에 올린다.

동아시아 3국이 한 자리에서 각 국의 연극을 공연한 적은 많지만, 특정 작품을 함께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베세토위원회(위원장 김의경)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10월19일∼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3국은 3시간 분량의 ‘춘향전’(전3막)을 각기 1막씩 맡아 공연한다. 1막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은 중국 ‘절강 소백화 월극단’이 맡는다. ‘월극’(越劇)은 절강성 항조우와 상하이에서 주로 공연되는 고전극으로 전부 여성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이 특징. ‘이몽룡’ 역을 맡은 단장인 마오 에이 타오(茅威濤)는 연기력과 가창력 뿐 아니라 뛰어난 매력을 갖춘 여배우여서 눈길을 끈다. 감미로운 현악기와 타악기의 반주로 중국의 유명한 ‘사랑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는 춘향과 몽룡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제2막은 ‘기생점고와 옥중 장면’. 105년 역사의 유서깊은 일본 가부키단 쇼치쿠(松竹)회사의 배우 8명과 악사 9명이 출연한다. 남성들만 출연하는 가부키에서 춘향 역도 남성인 나카무라 시비자쿠(中村芝雀)가 맡는다. 일본 전통춤의 달인인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배역을 잘 소화해내는 대표적인 ‘온나가타’(女形) 배우로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측 연출가 이시자와 슈지(石澤秀二)는 “영화 ‘춘향뎐’을 보고 판소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며 “춘향이 옥중에서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 등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가부키의 뛰어난 연출기법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제3막 ‘어사출도 및 재회장면’은 한국의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안숙선·安淑善)과 국악관현악단이 꾸민다. 연출가 손진책씨(극단 미추대표)는 제3막 창극과 전체 총연출을 맡았다.

베세토위원회 김의경위원장은 “베이징 서울 도쿄의 약자를 딴 ‘베세토 연극제’가 시작된지 7년만에 벌이는 첫 합작연극으로 ‘춘향전’을 선택한 것은 중국 측의 제안”이라며 “한 작품을 서로 다른 형식으로 공연함으로써 각국 문화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최기간에 공연돼 참가자들이 3국 문화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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