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프로젝트란]특정 유전자만 고쳐 질병 치료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클린턴미국대통령이 두 달 안에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대선을 앞두고 ‘생명공학 시대’인 21세기에도 미국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 또 하나는 각국 정부가 10년 동안 30억달러를 투자한 게놈프로젝터의 공(功)을 민간업체에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인조인간 출현 가능▼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다고 곧바로 ‘떡’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노벨상수상자인 장 도세박사는 “실제 의학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5∼2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스핑크스의 침묵’이라고 불리는 이 기간에 △유전자 하나하나의 기능 △개인간 세포간 염기서열의 차이 등을 밝혀야 한다.

침묵이 끝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DNA조각을 빼곡히 채워 넣은 DNA칩에 혈액이나 세포를 반응시켜 어떤 질병에 걸릴지 몇 시간 안에 알아낼 수도 있으며 특정 유전자를 고쳐 병을 치료하거나 유전자백신으로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늘’이 생길 수도 있다. DNA칩의 보편화에 따라 DNA에 결함이 많은 사람들은 보험에 들지도 못하고 입사시험에서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맞선 대신 DNA선을 보고 노총각 노처녀가 될지도 모른다.

서울대 생화학과 서정선(徐廷瑄)교수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몸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면 인조인간의 출현이 가능해지고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돼 종교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

▽미정부 왜 서두르나〓게놈프로젝트는 90년 미국을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일본 등 15개국이 함께 시작한 사업.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벤처기업 셀레라사가 지난해 올 6월까지 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하자 정부에서도 작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셀레라사가 먼저 완성할 경우 유전자와 유전자지도에 대해 특허를 신청, 막대한 수입을 얻을 것이 뻔하다. 게놈프로젝트팀은 지난해 말 ‘올 봄 안에’ 완성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전자지도 무료 공개▼

게놈프로젝트팀은 유전자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므로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당연히 무료공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이 어디로 튈지는 모른다. 미국특허청은 1998년 생명공학기업 인사이트사가 신청한 유전자조작에 대한 특허를 인정해줬고 미국 정부차원에서 후진국 몰래 외국인의 세포에 대해 특허를 내려다 들켜 혼쭐이 난 적도 있다. 따라서 두 달 안에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돼 인간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특허권을 놓고 민간과 프로젝트에 참가한 여러 나라 정부간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놈(Genome)이란▼

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를 뜻한다.

인간의 경우 세포 속의 세포핵에 ‘이중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 23쌍, 46개의 염색체에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 DNA(디옥시리보핵산)이며 DNA는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 등 네 가지 염기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염기 배열 순서에 따라 사람의 피부색 눈동자색 성격 체질 등이 달라진다는 학설도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목표는 30억개에 이르는 염기쌍의 배열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다. 어느 염색체의 어떤 염기 서열에 어떤 유전정보를 가진 염기서열이 존재하는지를 밝혀내 일종의 ‘지도’유전자지도로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인류의 공동재산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유전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성주·김태윤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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