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부치총리등 여야수뇌 검은돈 스캔들에 곤혹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와 제1야당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가 동시에 곤경에 빠졌다. 오부치 총리는 측근 및 가족의 부당 주식거래의혹으로, 하토야마 대표는 거액의 불법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상대방 진영의 공격을 받고 있다.

오부치 총리의 형 미쓰하라(光平)와 정무비서관 후루카와 도시타카(古川俊隆)는 1988년 조모(上毛)통신의 주식 500만엔어치를 취득했다. 조모통신은 그후 거대통신업체인 NTT도코모에 합병됐고 주식이 공개되면서 2명이 갖고 있는 주식은 60억엔 이상으로 급등했다.

야당측은 오부치 총리의 형과 측근이 미공개 주식을 취득해 큰돈을 번 것은 총리가 정보를 주었기 때문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오랫동안 우정성을 관할하는 상임위에서 활동한 오부치 총리가 정보통신주가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미공개정보를 입수해 비서관과 형의 이름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것. 특히 후루카와 비서관은 주식 원소유주의 미망인을 속여 주식을 구입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정조회장은 14일 국회에서 “의혹 해소를 위해 후루카와 비서관을 국회로 불러내 심문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오부치총리는 “10여년 전에 산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며 이를 거부했다. 후루카와 비서관도 처음에 의혹을 제기한 주간지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와중에 곧 발행될 월간지 ‘신초(新潮)45’ 4월호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5차례에 걸쳐 하토야마의원에게 4000만엔의 현금을 주고 600만엔짜리 파티권을 사줬다”는 한 회사중역의 글이 게재될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에도 역풍이 불고 있다. 부정융자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적이 있는 이 회사 중역은 “출감후 하토야마의원으로부터 ‘혼자 고생하게 해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측은 “그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수뇌가 동시에 ‘금전스캔들’에 연루됨으로써 일본 정계는 당분간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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