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駐오스트리아대사 소환"…극우연정 합의 반발

  • 입력 2000년 2월 2일 23시 39분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과 보수계 인민당이 1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클레스틸대통령은 연정구성을 거부할 헌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클레스틸은 연정 승인 여부를 즉각 밝히지 않았다.

자유-인민 양당의 연정구성 합의 이전에 한 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클레스틸은 자유당의 연정참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유당 지도자들이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정권참여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국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자유당의 연정 참여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클레스틸이 연정구성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0월3일 총선이후 계속된 권력공백을 더 방치할 수 없고,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극우연정 반대를 ‘주권침해’로 보는 국내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유-인민 연정이 들어서면 오스트리아는 외교적으로 EU 및 미국 등과 충돌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2일 ‘친나치 성향’의 연정 구성 합의에 반발해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즉각 소환한다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의 측근은 “극우 연정 출범은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클레스틸 대통령이 연정 구성을 공식 수락할 때까지는 구체적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이는 클레스틸에 대한 압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EU의장국인 포르투갈은 극우보수 연정이 출범하면 오스트리아와 외교관계를 중단하겠다고 이미 경고했다. EU가 회원국에 취한 가장 강력한 경고였다. 이는 오스트리아 자유당에 대한 경계심의 표현이자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에 대한 견제포석이기도 하다. 자유당의 외르크 하이더 당수는 90년에 나치정권의 외국인 유입억제정책에 공감을 표시하고 나치 친위대(SS) 가담인사들을 ‘명예로운 사람들’이라고 찬양해 물의를 빚었다.

오스트리아 인민당은 줄곧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료 배분과 일부 정책의 이견으로 사민당과의 연정협상이 실패하자 자유당과 손잡았다.

자유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52석(전체 183석)을 차지해 사민당(65석)에 이어 원내 2당이 됐다. 제 2차 세계대전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제2당이 된 것이다. 자유당은 인민당(52석)과 의석이 같지만 득표율에서 앞섰다.

자유당과 인민당은 각료를 안배하되 총리는 인민당 볼프강 쉬셀 당수(현재 외무장관 서리)가 맡기로 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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