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다보스포럼]"세계화 반대" NGO 격렬 시위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총회 연설에서 세계화의 이득을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총회 참석에 맞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모여든 비정부기구(NGO) 회원 1500여명은 이날 세계화 반대구호를 외치며 다보스 시내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다보스포럼이 시위와 최루탄으로 얼룩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은 연설에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개발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기업인들은 사업확장에만 노력하지 말고 힘없는 사람들의 복지증진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졌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시위를 언급하면서 “세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도 말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클린턴은 이어 무역자유화를 통해서만 개발도상국들도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며 ‘뉴 라운드’협상의 조속한 출범과 시장개방을 WTO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한편 이날 클린턴의 방문에 맞춰 다보스에 집결한 조세 보베 프랑스 농민연맹 의장 등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 1500여명은 다보스 중심가에서 맥도널드 음식점 유리창을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2, 3명이 다쳤다.

스키복장을 하고 버스와 기차편으로 다보스에 모여든 시위대는 스위스 군과 경찰이 총회장인 콘그레스 센터로 가는 도로를 봉쇄하자 ‘양키 클린턴은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채 군경을 향해 병과 눈덩이 등을 던졌다. 이들은 “다보스포럼은 암살자들의 회동”이라고 비난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중인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현행 연 5.5%에서 5.75%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보스〓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다보스 맨' 對 '시애틀 맨'/각국 지도자-NGO 설전▼

29일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는 ‘다보스맨’과 ‘시애틀맨’이 뒤섞였다. 다보스맨은 세계화에 찬성하는 사람을, 시애틀맨은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지난해 12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동안 반(反)세계화 시위를 주도했던 조제 보베 프랑스 농민연맹 의장 등 시애틀맨이 보는 세계화는 부(富)가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 빈곤계층에서 부유층으로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 불평등의 확대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과 인터넷을 선점한 계층 및 국가와 그렇지 못한 계층 및 국가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자본의 주도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화는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27일부터 다보스 시내 콘그레스 센터에서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 각국 지도자 및 재계인사들의 세계화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이들은 인터넷의 보급과 디지털 혁명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가 고도성장과 낮은 인플레, 안정된 금융시장이 공존하는 ‘신경제’의 혜택을 모든 나라에게 약속한다고 주장한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9일 시위대를 의식, “어린이가 문밖에 있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며 선진국들이 세계화의 부수이익을 빈국과 나눌 것을 강조했다.

<다보스〓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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