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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1일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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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잡은 두 손은 만남과 상호 신뢰, 상부상조를 의미한다. 손은 지구를 상징하며 다섯 손가락은 5대륙을 뜻한다. ‘평화를 우리 손으로’라는 결의와 다짐이 담겨있다.》
동아일보는 유엔이 올해를 ‘평화의 문화 해’로 제정하면서 벌이는 ‘1억인 서명운동’에 동참,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새해 1월부터 ‘평화의 문화’ 정착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187개 유엔회원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이 서명운동에 한국에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NGO)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유엔이 ‘평화의 문화 해’에서 말하는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개념규정이 아니다. 이보다는 인간과 집단 국가 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의 씨앗’‘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고 평화로운 마음을 인간 개개인의 삶의 양식으로 승화시키는 적극적 개념의 평화다.
지난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고, 냉전과 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국지전이 끊이지 않는 ‘다툼의 세기’였다. 게다가 21세기는 ‘적자(適者)생존의 법직’이 지배하는 경쟁의 시대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신자유주의의 ‘정글논리’ 속에서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열등생과 낙오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새 세기는 개인 대 개인, 집단과 집단, 문명과 문명 간 충돌의 소지가 그 어느 때보다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유엔이 말하는 ‘평화의 문화’란 바로 이같은 질곡의 사슬을 끊는 상생(相生)의 이념이며, 1억인 서명운동은 상생의 문화를 인류의 보편적인 세계관으로 정착시켜 나가자는 평화운동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평화의 문화와 비폭력을 위한 선언 2000▼
2000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면 전쟁과 폭력의 문화를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존엄과 화합의 세계, 정의와 연대의 세계, 자유와 번영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평화의 문화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 그리고 인간의 자아 실현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나의 책임을 인정하며, 일상 생활과 가정과 직장과 지역 사회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와 국제 사회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
첫째, 차별이나 편견없이 모든 사람의 삶과 존엄성을 존중한다.
둘째, 육체적 성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인 모든 형태의 폭력을 거부하며, 특히 약자에게 적극적으로 비폭력을 실천한다.
셋째, 배타와 불의,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억압을 종식하기 위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시간과 물질적 자산을 이웃과 나눈다.
넷째, 광신과 비방, 그리고 타인에 대한 거부보다는 대화와 경청을 항상 선호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한다.
다섯째,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지구 자연의 균형을 보전하는 발전 방안과 책임지는 소비자의 행동을 통하여 지구를 보전한다.
여섯째,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함께 만들기 위해 여성의 참여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공동체를 건설하는데 기여한다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郎)유네스코 사무총장은 2000년 ‘평화의 문화 해’를 맞아 지구촌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평화를 위한 1억인 서명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E메일을 통한 동아일보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새해 한반도에서 화해가 이뤄질 것인가 여부가 ‘평화의 문화’ 정착을 위한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화의 문화 해’에서 말하는 평화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폭력적 갈등의 부재뿐만 아니라 평화와 비폭력을 옹호하는 태도와 가치의 적극적인 고양을 의미합니다. ‘평화의 문화’를 위한 행동계획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한 전통적인 행동과 함께 평화 교육, 개발, 인권, 남녀평등, 민주적 참여, 관용과 연대의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것입니다.”
―왜 새 밀레니엄의 첫 해를 ‘평화의 문화 해’로 지정했나요.
“9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전쟁의 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선포한 바 있습니다. ‘평화의 문화’는 새 밀레니엄을 맞는 모든 인간의 최우선적 가치가 돼야 합니다.”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종교적 종족적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사람이 없는 곳에 분쟁도 없습니다. 평화는 궁극적으로 매일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영구적 평화는 정부의 정치 경제적 행위만으로 결코 담보될 수 없습니다. 대신 인류의 지적 도덕적 연대에 기초되어야 합니다.”
―‘평화의 문화와 비폭력을 위한 선언 2000’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개인이 평화를 위한 범지구적 연대를 창조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평화의 문화 해’가 오기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작성한 ‘선언 2000’에 대한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이 속한 가족 공동체 학교 직장에까지 ‘평화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개개인을 이 운동에 초청하는 것입니다.”
―총장께서는 최초의 동양인 출신 사무총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화에 대한 인식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있나요.
“동양에서는 항상 조화에 가치를 둡니다. 조화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간의 평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나는 ‘평화의 문화’의 진전은 이같은 전통에서 힘을 얻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가들간의 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개선 없이 개개인의 결단만으로 평화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 우리는 분쟁의 원인이 개개인 때문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평화의 문화’를 위한 범지구적 차원의 운동은 개인뿐만이 아닌 공공단체의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유엔 산하단체, 소속 국가, NGO 등의 일치된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몫을 다함으로써 우리는 ‘평화의 문화’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명운동 외에 다른 활동도 있습니까.
“서명운동은 첫걸음에 불과합니다. 각 지역 국가 국제사회 등에서 ‘평화의 문화’를 위해 다양한 측면의 구체적인 행동들이 뒤따를 것입니다. 유엔이 2001∼2010까지를 ‘세계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문화와 비폭력 10년’으로 지정한 데 맞춰 각종 행사와 운동들이 계획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50년 전 전쟁을 경험했고 지금도 분단돼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총장님의 평화의 메시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평화의 문화’가 이해되는 데 있어 한국은 매우 특수한 상황입니다. 나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바라는 남과 북의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양측의 이같은 열망은 건설적인 제의를 통해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건설적 제의의 성공 여부는 ‘평화의 문화’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유네스코의 사무총장으로서 어느 때든 이를 위해 기여할 자세가 돼 있습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서명에 참여하려면▼
1.인터넷을 통한 서명방법
①인터넷에 접속후 ‘www.unesco.org/manifesto2000’으로 주소를 입력한다.
②manifesto2000의 메인 화면이 뜨면 ‘manifesto’(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선택)를 클릭한다.
③‘manifesto2000’을 클릭하면 선언 내용을 볼 수 있다.
④‘My signature’를 클릭하면 서명을 할 수 있다.
⑤Surname에 성(性)을, First name에 이름을, Date of Birth에 생년월일을, Town of Resident에 시도명을, Country에 Korea를 입력한다.
⑥Internet account number난에 UNC/ROK/001/COP를 입력한다.
⑦I send my signature를 클릭하면 서명 완료.
※한글판은 ‘www.unesco.or.kr/man
ifesto2000’에서 볼 수 있다.
2.인터넷이 아닌 직접 서명방법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비롯한 서명운동 NGO들이 배부한 선언문의 엽서부분을 잘라 서명내용을 기입한 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대신 인터넷 서명을 해준다.
자세한 사항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02―755―1105∼9)로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