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대선 미담]와히드-메가와티 「우정의 승부」

  • 입력 1999년 10월 22일 00시 09분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를 닷새 앞둔 15일 경쟁자였던 압두르라만 와히드(59)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2)가 자바섬으로 ‘짧은 여행’을 함께 떠났다. 두 대선 후보는 먼저 블리타르에 있는 메가와티의 아버지 묘소에 참배하고 와히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좀방에도 함께 들렀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결코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건강약점 언급 안해

메가와티는 20일 대선에서 와히드에게 졌다. 메가와티는 개표직후 몸이 불편한 와히드의 자리로 찾아가 축하했다.

이에 앞서 메가와티는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함으로 걸어나가면서도 와히드의 손을 슬쩍 잡으며 격려했다.

외신은 두 사람의 이같은 우정을 소개하면서 이제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만난 두 사람 정권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특히 메가와티는 와히드의 나쁜 건강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선거기간 내내 한번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와히드는 20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메가와티는 존경받을 만한 여성이다. 메가와티는 내 건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감사와 존경의 뜻을 밝혔다.

와히드는 86년 수하르토에게 핍박받던 메가와티를 옹호했으며 그후로 오누이처럼 절친하게 지내왔다.

21일 부통령선거에서 메가와티를 부통령후보로 추천하고 지원한 것도 와히드가 이끄는 국민각성당이었다.

전날까지 유력한 대통령후보였던 메가와티는 고민끝에 부통령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이번 부통령은 전례없이 막강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을 수도 있다.

▼부통령 후보로 추천

그러나 그보다는 와히드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부통령후보를 수락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권력에는 마성(魔性)이 있다. 두 사람의 인간적 유대가 권력 앞에서도 유지될 것인가. 그것이 와히드―메가와티정권의 앞날을 가름하는 한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사생활에서 메가와티는 그리 행복한 편은 아니다. 야당지도자로서 오래 투쟁하는 동안 두번이나 이혼했다.

현재 남편은 메가와티가 당수인 민주투쟁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정치적 동반자다. 2남1녀를 두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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