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성물질 누출]피해지역 '유령도시' 방불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평소 의식하지 못하면서 핵과 더불어 살아온 일본인들은 핵물질의 무서움을 소름끼치도록 실감했다. 간선도로가 통제되고 전철이 멈춰 주변 5개 도시가 고립됐다. 주민 32만여명은 만 하루 동안 문을 열지도 못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유령도시였다. 수돗물만 안전하다는 말에 따라 우물물 등은 마시지도 못하고 몸에 닿는 것도 두려워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상점 병원 우체국과 대부분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편의점의 도시락 샌드위치 물도 떨어졌다. 노인을 돌보는 홈헬퍼(가정방문 간병인)의 활동도 중지됐다. 농작물은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수확이 금지됐다. 사고지역으로 통하는 전화는 통화 폭주로 한때 불통됐다.

옥내피난명령이 해제됐으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1일 오후 시청 등에는 외출해도 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병원과 보건소에는 1000여명의 주민이 피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새 내각 출범을 연기하고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외상이 미국과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약과였다.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도카이무라(東海村)의 공포를 전국의 안방에 시시각각 전달했다.〈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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