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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6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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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평가는 최고점인 별 다섯개. 지난해 9월 발간 이후 7월25일까지 아마존에서의 하드커버 판매부수가 3만1500여부. 90년 발간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쥐라기공원’이 별 네개반에 6만2000여부 판매이니 신인치고 만만찮은 성적인 셈.
그가 최근 한국어판 발간(문학세계사·전2권) 2개월만에 소설 속 남자주인공의 모국이자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을 찾았다. 그를 만나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봤다.
―아버지의 유학체험담에서 ‘외국인학생’의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안다. 자신의 뿌리,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나?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껏 인종차별을 느낀 적도 없고, 부모들로부터도 줄곧 ‘너는 미국인’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럼에도 닫힌 원의 바깥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소외감을 종종 느끼곤 했다. 한국음식이 싫다던 아버지가 한국인 계모와 재혼한 뒤 한국음식만을 맛있게 드실 때, 러시아계 유태인인 생모가 내가 모르는 히브리말로 노래부르는 것을 바라볼 때, 한국인이든 유태인이든 어느 한쪽이기라도 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복합적 배경 덕분에 작가로서 남다른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 백인 중산층 미국인이라면 하나로만 봤을 현상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나 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표현하려는 게 그 예일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에는 이렇다할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대개의 미국인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다. 억압당했던 사람이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것같다.”
―당신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나?
“한국계 미국인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로 규정되기 보다는 그냥 미국의 젊은 작가로 인정되길 바란다.”
수잔 최는 저명한 문예종합지 ‘뉴요커’ 창간 75주년 기념기획의 보조 편집자다. 25년 창간 이후 ‘뉴요커’에 실린 글 중 뉴욕에 관한 빼어난 글 20여편을 선정해 책으로 만드는 일.
그는 24일 서울 교보문고에서 독자사인회를 가지며 국내 독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한국 독자를 만나며 무엇을 느꼈나?
“미국인들은 대개 내 소설을 러브스토리로만 읽었다. 그러나 한국독자들은 전쟁의 상흔을 읽어내 줬다. 그 차이가 기쁘다.”
▲‘외국인 학생’의 줄거리
55년 미국 테네시주의 스웨니대학. 덜렁 가방 하나를 끌고 이 학교에 입학한 한국인 유학생 안창과 백인 중산층 가정 출신의 여자 캐더린. 이질적인 성장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그러나 곧 서로가 ‘상처입은 동류(同類)’임을 감지한다. 피폐한 조국을 등졌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창과 아버지 친구와의 금지된 사랑에 병든 캐더린.둘은 사랑에 빠지는데….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