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총기난사]교포 여학생 참사현장 목격담

  • 입력 1999년 4월 23일 07시 26분


미국 덴버시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부상자 가운데는 한인 교포 여고생 박지나 양(18)도 포함돼 있다.

덴버시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는 박명렬씨(50)의 큰 딸인 지나양은 졸업을 17일 앞두고 도서관에서 여동생 캐티(15)와 함께 공부하다가 오른쪽 무릎과 왼쪽 발에 총탄 2발을 맞았고 왼쪽 어깨에는 폭탄 파편이 박혔다.

지나양은 수술경과가 좋아 큰 후유증은 없을 것 같다고 지나양을 면회한 덴버시 김인찬 한인회장이 22일 밝혔다.

김회장에 따르면 지나양은 사건당시 총소리를 듣고 급히 책상 밑으로 숨었으나 부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총탄이 떨어진 범인들이 재장전하는 동안 죽음을 무릅쓰고 도서관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동생 캐티양은 폭음이 들려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탄이 머리 위로 지나가 화를 면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학생은 총탄이 머리를 관통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즉사했다.

김회장이 전하는 캐티양의 목격담에 따르면 범인 중 1명은 겁에 질린 한 학생에게 다가가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학생이 “신을 믿는다”고 대답하자 범인은 다시 “왜 믿느냐”고 물었고 “가족이 다 믿는다”는 대답이 나오자마자 복부에 총탄을 5발이나 조준발사했다.

캐티양은 범인들이 흑인과 백인 학생을 앞에 놓고 흑인 학생을 골라 사살했다면서 “그러나 한국계 학생들을 겨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15명의 한인 학생이 다니고 있으나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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