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日총리 인기상승 숨은 비결은 「깜짝전화」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의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부치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가장 많은 대답은 ‘왠지 그냥’이었다.

‘왠지 그냥’좋게 보이는오부치총리의 숨은 장기(長技)중 하나는 느닷없이 거는 ‘깜짝 전화’다.

자신에 관한 특집을 꾸몄던 주간지 담당자에게는 “나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감사전화를, 부인을 간호하기 위해 자리를 내놓은 시장에게는 “대단한 결심”이라는 격려전화를 한다. 휴일에는 왠지 총리관저의 내방객이 적다고 쓴 정치평론가에게는 “이름을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해명전화를, 야당의원에게는 “오늘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전화를 건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후배의원에게 “정말 잘했다”는 전화도 잊지 않는다.

오부치총리의 전화는 늘 총리라는 자기소개도 없이 “오부치입니다. 게이조입니다”로 시작한다. 이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처음에는 놀라고, 끊고 나서는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가을 내각의 인기가 바닥을 헤맬 때 오부치총리는 한 중학생으로부터 격려편지를 받았다. 오부치총리는 기뻐서 중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가족은 끝까지 장난전화로 알았을 정도.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나오토(菅直人)대표는 이런 오부치총리를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지 않고 이런저런 비판을 마이동풍식으로 흘려버리는 사람이 일본의 리더라는 것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오부치총리는 22일 ‘일본남자픽션협회’가 제정한 ‘좋은 아버지상(賞)’ 수상자로도 결정됐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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