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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3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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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공습 이후 미국 국민사이에서는 오히려 지상군 파병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지상군 파병 결정을 아직까지 유보하고 있다. 만일 유고에 상륙한 지상군이 많은 사상자를 낼 경우 국내 여론이 어떻게 급변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유고와 북한이 동류(同類)의 상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고에 대한 무력개입의 성패는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NATO군의 유고공격이 실패로 판명날 경우 외국에 대한 무력개입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고개를 들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면 미국의 전통적 고립주의 성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는 곧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NATO군의 유고공격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미국은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을 다루려 할 것이다.
유고에 대한 무력개입의 성패는 당장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미 의회에 제출할 ‘페리 보고서’에 대한 미 의회의 수용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페리조정관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포용정책을 거부할 경우 외교적 문제해결 방식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공화당 보수파는 그동안 군사적 방식을 포함한 보다 강한 제재를 요구해 왔다.미국의 군사전략도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유고공격에 전체 군사력의 상당부분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같은 ‘군사강국’을 상대로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 정반대의 시각으로 유고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유고사태를 계기로 고조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4강국간 갈등기류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세계 경찰’을 자임한 미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격렬한 반발은 언제든지 한반도에 난기류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