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질병 그대로 재현, 실험용 인공환자 탄생

  • 입력 1999년 3월 15일 19시 54분


사람의 질병을 그대로 재현하는 ‘인공환자’가 개발됐다.

미국 CNN방송은 14일 미 플로리다대 뇌연구소의 마취전문의 마이클 굿과 응급처치 전문가 셈 렘포탕이 첨단 시뮬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실제 환자처럼 갖가지 병을 ‘앓는’ 의학실험용 가짜 환자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인공환자 몸 속에는 컴퓨터 칩이 들어 있어 필요한 프로그램만 집어넣으면 뇌졸중을 당한 70세 노인, 심장마비를 일으킨 30세 여성, 고혈압 환자 등의 증세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

서양 남자 모습의 인공환자는 심장 폐 뇌 등 인공장기도 갖고 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으며 심폐기능이 정지돼 숨질 수도 있다. 의대생이나 메스를 든 지 얼마 안되는 초보의사들이 진짜 환자를 치료하듯이 대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들은 “꿈의 실습장비가 나타났다”며 반기고 있다.

중병에 걸려 죽는 장면까지 보여준 인공환자는 버튼을 몇번 누르면 말짱하게 되살아난다. 인공환자의 등장은 특히 자칫 의료 소송에 말려들까 두려워 하는 견습의사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몇번씩이고 ‘반복 학습’을 해 실제환자를 대하더라도 완벽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

의대생들이 항상 느긋하게 인공환자를 대하는 것은 아니다. 실습에 몰두하다 가짜라는 사실을 잊는 경우도 있다. 렘포탕은 “한 여대생은 인공환자가 숨지자 ‘오, 하나님’하고 외친 뒤 다급하게 인공호흡을 했다”고 전했다.

가짜 환자도 수술이 계속되면 엄지손가락이 빳빳하게 굳는 등 부작용에 시달린다. 이때는 신경근육이완제를 주사해 긴장을 풀어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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