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교수 기고문 요약]『美 독불장군 꿈깨라!』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미국의 오만을 경고했다. 헌팅턴교수는 포린어페어즈 3∼4월호에 기고한 ‘외로운 초강대국’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미국이 냉전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마치 세계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단극체제인 것처럼 착각, 점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 시야에서 미국의 위치를 조망한 헌팅턴교수의 글을 요약한다.》

지금 세계는 로마시대와 같은 미국의 단극체제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과 그 밖의 주요 지역강국들로 구성된 단극과 다극의 혼성체제다. 주요 지역강국으로는 러시아,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잠재적으로 일본,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연합, 중동에서는 이란,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등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마치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처럼 미국식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요하고 그것을 순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국가들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미국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의 논리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기업들의 이해에 복무시키고 있다.

미국이 점점 주위에 혼자밖에 없다고 느낄 만한 증거는 많다. 유엔분담금을 내지 않거나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에 대한 일방적 제재, 대인지뢰금지와 지구온난화방지협약 국제전쟁범죄재판소 등에 대한 반대,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 35개국에 대한 경제제재 등이다. 많은 이슈에서 한쪽은 국제공동체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들이고 다른 한쪽은 미국뿐인 경우가 허다해졌다.

미국은 국제공동체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인도 아랍 동남아 남미 등 어디를 봐도 미국이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의 사촌들밖에 없다.

유엔초기 10년간 상임이사국 세력분포는 소련이 한쪽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이 다른 한쪽인 1대4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을 장악하고 중립적 태도를 취한 뒤에는 1대1대3으로 변했다. 지금은 미국와 영국이 한편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맞은 편, 프랑스가 중간인 2대1대2가 됐다.

많은 국가들은 이제 자국을 위협하는 적으로 미국을 상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군사적인 것만이 아니라 문화적 경제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를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도 북한 다음의 위협적 존재로 미국을 꼽을 정도다.

이에 따라 미국에 도전하는 주요 지역 강국들의 연합체가 생겨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공동체가 단적인 예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영국을 통해 유럽공동체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아르헨티나를 통해 브라질을, 사우디를 통해 이란을, 파키스탄을 통해 인도를 각각 견제하지만 파키스탄의 사례에서처럼 그런 구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미국민들이 세계유일 지도국가로서 부담해야 할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단극체제 유지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19세기 비스마르크처럼 주요 지역강국과의 협력을 통해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능란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하며 그 중에서 독일과의 연대가 핵심적이다.

지역문제는 지역강국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행사하도록 맡겨둬야 한다. 지역강국들은 역내 국가들과 문화적으로 밀접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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