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달러 사재기」본격 나서…외화난 해소 고육책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58분


일본정부는 일본금융산업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신으로 초래되고 있는 일본 민간은행의 달러화 확보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

일본정부는 특히 일본민간은행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증권(TB)이나 미국국채에 투자한 일본정부보유 달러 중 상당액을 빼낼 것으로 알려져 미국 및 국제금융시장에 파문이 예상된다.

일본언론들은 27일 “일본대장성과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일본 민간은행의 달러차입이 어려워지고 차입금리도 높아지는 등 외화(外貨)자금난이 심화함에 따라 이같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장성은 이와 관련, 정부가 외환준비액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중 일부를 일본민간은행에 예금하는 ‘외화예탁’을 늘릴 방침이다.

일본은 현재 약 2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TB나 국채에 투자하고 일부를 일본 민간은행에 예탁하고 있으나 앞으로 민간은행 예탁비율을 크게 높일 방침이다.

또 일본중앙은행이 자기자산으로 보유한 2백억∼3백억달러의 외화를 바탕으로 민간은행을 상대로 엔을 사고 달러를 파는 ‘환 스와프(SWAP)거래’를 통해 달러를 공급키로 했다.

일본중앙은행은 지금까지 환율변동을 목적으로 한 외환시장개입 외에는 원칙적으로 일본 민간은행을 상대로 달러를 매매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일본 민간은행에 대한 일본정부의 이례적인 달러공급조치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 민간은행이 달러를 빌릴 때 구미은행보다 높은 가산금리(저팬 프리미엄)를 요구하거나 융자를 아예 꺼리는 외국은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민간은행은 지금까지 달러차입이 어려운 경우 외국은행을 상대로 엔과 달러를 일정기간 교환하는 거래로 외화를 조달해 왔으나 엔을 담보로 하는 달러조달조차 기피하는 외국은행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정부는 외국은행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 민간은행의 외화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의 이번 지원책은 일본 민간은행의 신용 하락으로 달러공급원인 외국은행 등으로부터의 조달이 끊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긴급피난책’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외환준비액으로 매입한 TB나 미국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국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일본 민간은행이 달러조달을 위해 대량의 엔화매각에 나서면 엔화약세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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