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英총리 제창 「제3의 길」]지구촌 새이념 될까

  • 입력 1998년 9월 24일 07시 18분


‘이상(理想)은 중요하나 특정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것은 파멸을 재촉하는 길이다. 유럽의 번영을 위해선 좌파나 우파로 대별되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3의 길(The Third Way)’이 총체적 경제위기와 이념적 혼돈을 겪고있는 요즘 세계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가.

그가 주창하는 ‘제3의 길’은 정치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실용적으로 결합하는 중도좌파적 노선을 택하고 경제적으로는 무한경쟁으로 인한 시장경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간여하는 한정적 자본주의를 추구하며 노동권을 보장하는 복지와 사회적 동반자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금세기 말 만연하기 시작한 세계화시대의 무한경쟁이 가져다 주는 빈부격차의 심화, 가치관 부재 등으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서 나온 ‘제3의 길’이 새삼스레 주목을 끌고 있다. 블레어총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3의 길’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노동당 출신인 블레어총리가 제3의 길을 처음 주창한 것은 금년 3월24일 프랑스에서였다. 블레어총리는 이날 영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하원에서 연설하면서 유창한 불어로 “21세기의 새 시대에는 자유방임주의와 국가통제의 경제정책을 결합하고 좌파나 우파의 이념적 카테고리를 뛰어넘는 제3의 실용주의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우파의 큰 반향을 불렀던 반면 유럽 전역의 정통 좌파로부터는 조소와 냉대를 받았었다.

그는 21일 세계 주요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제3의 길은 현대 사회민주주의의 부활과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며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제3의 길을 국내정책에 먼저 적용했다. 총리재임 1년 5개월여동안 중앙은행에 대한 이자율 결정권 부여, 총기소지 금지, 정치자금법 수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지방 분권 및 사회복지 축소 등을 관철시켰다.

블레어총리는 21일 금융위기와 관련해 채무국에 일방적 책임을 물어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반성과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 국제경제 분야에서 ‘제3의 길’을 제안해 다시 한번 이목을 끌고 있다.

그의 주장은 IMF와 IBRD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통합해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고 국가간 자본이동과 금리결정 과정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현단계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내용이다.

세계 주요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 젊음과 패기,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블레어총리의 이념, 곧 블레어리즘이 21세기를 맞는 세계에 새로운 바람이 될지 관심거리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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