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하원 극한대치…러시아는 「무정부상태」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29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7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 인준을 두번째 거부하고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하는 등 러시아 정국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원이 막바지에 체르노미르딘을 인준할 수도 있으나 경제난 속에서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2주일을 넘겨 러시아가 쉽게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하원의 대통령 탄핵특별위원회는 옐친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잠정 결정을 8일 국가두마 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엘레나 미줄라나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밝혔다. 원내 정당 지도자들로 구성된 국가두마 위원회는 잠정 결정을 토대로 9일 또는 11일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

청문회에서 탄핵이 결정돼 탄핵안이 하원 4백50명 가운데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통과되면 상원과 헌법재판소로 넘겨진다. 절차가 복잡하고 지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탄핵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대통령은 탄핵안이 심의되는 동안에는 하원을 해산할 수 없다.

공산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7일 “러시아를 교회 문밖의 거지신세로 만든 체르노미르딘을 총리로 인준할 수 없다”며 인준을 거부했다. 야당은 옐친이 2000년 대선을 앞두고 신흥재벌들과 결탁, 체르노미르딘을 5개월만에 복귀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야권은 체르노미르딘을 거부하면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 유리 루츠코프 모스크바시장, 예고르 스토로예프 상원의장,공산당 출신 유리 마슬루코프 전상공장관 등을 총리후보로 내세웠다.

▼경제난과 사회불안〓러시아 중앙은행은 7일 공식 환율을 달러당 18.9루블로 고시, 루블화 가치를 4일에 비해 10.1%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환율은 곧장 28루블까지 수직상승,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안드레이 체레파노프 외환관리국장은 “모스크바은행간 환거래소(MICEX)를 통한 외환거래가 며칠동안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8일에도 은행간 외환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장외거래에서 루블화는 달러당 30루블까지 떨어졌다.

한편 러시아 핵무기 노동자 등 원자력 산업 노동자들이 체불임금에 항의하며 시위를 준비하는 등 러시아 국민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 원자력 에너지산업노조의 스베틀라나 사흐코바 대변인은 7일 “어떤 사업장은 10개월째 임금이 밀려있다”며 항의시위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원자력업계의 체임은 총 30억루블로 노동자별로 평균 2개월반치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일주일내에 총리인준을 위한 3차 표결이 실시된다. 이번에도 인준이 거부되면 옐친은 하원 해산권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하원이 옐친 탄핵을 준비중이어서 하원 해산은 불가능하다.

옐친의 세번째 체르노미르딘 인준요구는 옐친과 하원이 정면충돌을 위해 돌진하는 형국. 그러나 하원이 4월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 인준때와는 달리 대통령 탄핵카드까지 뽑아들 정도로 완강해 옐친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서방언론은 옐친의 조기 대선 약속이나 임시정부 구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러시아 상황은 옐친이 체르노미르딘 카드를 고수할지, 다른 대안을 제시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혼미속에 빠져있다.

〈윤희상기자·모스크바외신종합연합〉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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